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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박한 취준생들 '합격 정장'까지 찾는다
작성자 이차훈 조회 579
첨부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날짜 2017-11-02
내용

"입사 합격 기운 받고 싶어" 중고 사이트서 웃돈 주고 구매
판매자 소셜미디어 등 검색해 허위·가짜 물건 골라내기도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카페에 올라온 ‘합격 정장’ 판매글. 판매자는 ‘이 옷을 입고 증명사진을 찍고 면접도 봐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적었다.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카페에 올라온 ‘합격 정장’ 판매글. 판매자는 ‘이 옷을 입고 증명사진을 찍고 면접도 봐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적었다. /인터넷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 윤여진(27)씨는 최근 입사 면접을 앞두고 정장 한 벌 사려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졌다. 옷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색상이나 디자인보다 판매자가 쓴 문구에 끌렸다. '증권사 현직이 입사 면접 때 입었던 정장.' 가격은 13만원으로 상태가 비슷한 옷보다 조금 비쌌지만, 주저 없이 구매했다. 윤씨는 "가고 싶은 직장에 합격한 사람의 기(氣)를 받고 싶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합격 정장'이 인기다. 주머니 사정 어려운 취업 준비생들은 중고 정장을 사는 일이 많다. 이왕이면 '입사 합격자'가 내놓은 것을 사겠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 옷을 입고 공무원 면접 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간호사가 입사 준비하며 입었던 정장. 합격 기운까지 받아가세요' 같은 글을 붙여 내놓은 옷이 많다.

합격 정장이라고 하면 비슷한 상태의 다른 헌 옷보다 조금 더 비싼 값에 빨리 팔린다.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여성 정장 상하의를 판 정모(26)씨는 "'기본 면접 의상'이라는 제목으로 판매 글을 올렸을 땐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 옷 입고 대기업 5곳의 면접을 뚫었다'는 문구를 넣으니 다음 날 바로 팔렸다"고 했다.

거짓으로 '합격 정장'이라고 내놓은 판매자를 거르는 '노하우'가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전화나 소셜미디어 등으로 직접 연락한다. 이때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입사한 회사 정보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판매자의 인터넷 아이디(ID) 등으로 과거 올린 글들을 검색한다. 한 아나운서 준비생은 "'아나운서 면접 통과 재킷'이라는 글을 보고 구입하려 했는데, 판매자의 과거 글을 검색해보니 아나운서 준비를 한 흔적이 없었다"며 "어지간하면 '가짜 합격 정장'을 구분해 낼 수 있다"고 했다.

면접 의상을 대여하는 곳에서도 '합격 정장'은 인기다. 면접용 정장을 빌려주는 '열린옷장'에서는 정장 기증자와 대여자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남길 수 있다.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는 "대여자가 빌려 가는 옷이 합격 후기가 많은 옷이라거나, 대여자가 원하는 직업 종사자가 기증한 옷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합격 부적을 받은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여성 정장 대여 업체는 고객 중 실제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 사진을 회사명과 함께 매장에 전시해놓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취업 합격자 옷을 입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