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내에 고객들에게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로봇 카페’가 등장했다.
일본 여행사 H.I.S.는 올해 2월 도쿄 시부야 본사의 구내 상점에 로봇 팔과 자동 커피메이커를 갖춘 로봇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이름은 ‘이상하다’는 의미의 ‘헨나 카페’(Henn Na Cafe)이다. H.I.S.는 로봇이 프론트 데스크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나가사키에 있는 헨나 호텔(Henn Na Hotel)에 이어 또 다른 로봇 시리즈를 오픈한 것이다.
이 카페는 로봇 팔과 자동 커피메이커를 갖추고 있는데, 미국에서 만들어진 로봇이 얼굴 표정을 나타내는 스크린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커피를 드시겠습니까?"라고 일본어로 묻는다. 고객이 자동판매기에서 원하는 음료수 티켓을 구매하면 로봇이 티켓의 QR 코드를 스캔해 주문을 처리한다.
로봇 바리스타는 종이컵을 커피 머신쪽으로 가져다놓고 시작버튼을 누르고 음료수가 완성되면 카운터에 내려놓는다. 커피 한 잔을 뽑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4분이며 가격은 320엔이다. 로봇은 커피 원두를 버리고 필터를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 H.I.S.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로봇이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도록 훈련시킬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지난 4일 충남 천안의 신세계 충청점 5층 푸드코트.
마트폰으로 ‘dilly.ai’에 접속해 음식 주문 번호와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자, 로봇 배달 요청이 접수됐다. 10분쯤 뒤 돌고래를 닮은 배달 로봇 ‘딜리’가 주방에서 치킨샐러드를 싣고 통로를 지나 테이블에 도착했고, 딜리는 주변에 어린이들이 다가오면 알아서 멈추기도 했다. 딜리가 가져온 온 음식을 꺼낸 뒤 딜리 뒤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딜리는 다시 주방 쪽으로 돌아갔다.
딜리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고려대 정우진 교수팀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 속 그림’ 이었던 로봇이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기존 제조업 등에 주로 쓰이던 로봇이 서비스 영역에도 도입되면서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전 세계 전문 서비스용 로봇 산업 규모는 2016년 47억 달러(5조450억원)에서 2022년에는 239억 달러(25조65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전문 서비스용 로봇 매출은 2014년 1615억원에서 2016년 4055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배달ㆍ서빙ㆍ조리 등에 로봇을 활용하는 등 요식업계의 로봇 이용이 활발하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음식의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로봇이 도맡아 하는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가 미국 보스턴에 문을 열었다. 태국식ㆍ인도식 등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7~8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손님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면 로봇이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알맞은 사이즈로 자른 뒤 냄비에 담는다. 냄비는 재료가 골고루 섞이며 익을 수 있도록 계속 회전을 한다. 3분 만에 완성된 요리는 별도로 준비된 그릇에 담긴다. 요리를 마치면 로봇이 팬에 물을 뿌리며 설거지까지 한다. 인간 종업원은 요리된 음식을 손님에게 건네기만 하면 된다.
중국의 알리바바ㆍ징둥은 자체 제작한 로봇을 활용해 음식 주문부터 요리ㆍ서빙까지 전 과정을 로봇에게 맡기는 ‘로봇 식당’을 올해 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음식 조리에 로봇을 활용하는 곳도 많다.
일본의 회전 초밥 체인인 ’구라스시‘는 균일하고 위생적으로 초밥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찌감치 초밥 로봇을 도입했다. 인건비를 줄이고, 손님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미국에도 체인점이 들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줌피자’는 로봇을 이용해 피자를 시간당 372개까지 만들고,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업체 ‘캘리버거’는 패티를 굽는 로봇을 사용해 사람의 수고를 덜어준다.
2016년 드론을 이용한 피자 배송을 시도한 도미노 피자 등 배달 로봇 이용도 활발하다. 미국의 로봇 회사 마블은 음식 배달서비스 ‘옐프잇24’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봇 배달을 시작했다.
또한,
영국 로봇개발사 ‘몰리 로보틱스’는 조리법에 따라 로봇 팔 두 개가 요리하는 인공지능(AI) 로봇 셰프 ‘몰리’를 선보였다. 재료를 가져와 냄비에 넣고, 국자로 음식을 떠주는 등 마치 사람이 직접 요리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 로봇은 올해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장인의 동작을 모방해 움직이는 피자 로봇 ‘로디맨’이 등장했다. 이 두 로봇 모두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모션 캡쳐’ 기능을 이용했다. 기존 영화산업에서 컴퓨터 그래픽(CG) 제작 등에 쓰이던 기술을 로봇 제작에 적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로봇 요리사’의 등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안전성 우려로 로봇을 사용하려면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해야 했지만, 다음 달부터 요식업종 등에 이런 규제에 예외를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