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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재명 실적에 입주민 날벼락... '가스공사 아파트' 보고서 보니
작성자 부동산학과 조회 194
첨부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날짜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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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원 교수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재명 실적에 입주민 날벼락... '가스공사 아파트' 보고서 보니  

입력2023.03.03.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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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검토 보고서, 성남 더샵분당파크리버(왼쪽)와 바로 옆 업무시설. photo 성남시·주민



지난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분당의 옛 가스공사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업무시설, 오피스텔, 근린상가가 '동거'를 하게 된 과정을 둘러싸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21년 10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15번지 옛 가스공사 부지에 더샵분당파크리버(아파트 506가구, 오피스텔 165실) 입주가 시작되면서다. 앞으로 탄천이 굽어흐르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초·중·고등학교가 있어 분양 당시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곳에 막상 입주해보니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닭장처럼 지낸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동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선 업무시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었다. 업무시설에 실제 기업이 입주한다고 해도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으로 복잡한 민원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시행사 입장에서는 아파트 분양으로 큰 수익을 남긴 데다 업무시설 분양까지 할 수 있게 돼 누가 보더라도 특혜 의혹이 일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단지에 '네이버'급 사옥 유치"

당시 이례적 모습의 이 아파트 단지를 둘러싸고는 세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첫째 아파트 분양을 반대하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아파트 개발의 길을 열어준 배경이다. 2016년 2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 시내 공기업 이전 부지에 필요한 건 아파트가 아니라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와 지역 경제활성 세수 증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업자들은 용도변경과 아파트 분양으로 떼돈을 벌겠지만, 가스공사에 아파트를 짓는 건 과밀화만 심화시키고 성남시에 아무런 득이 안 된다"고 했었다. 그랬다가 그해 11월 이재명 시장은 "공공기관 부지의 업무 상업용 전환과 일부 지원기능(주거 등) 입지로 기능 강화"를 주장하며 아파트 건설의 길을 열어줬다. 나아가 2017년에는 용도변경까지 밀어붙였고 용적률도 560%로 올려 최고 34층의 주상복합이 들어설 수 있게 만들었다. 두 번째 의문은 이곳에 아파트 분양을 허가하면서 굳이 '주거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일반상업지구'로 만든 이유가 뭐냐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아파트와 업무시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민들의 민원과 주차 문제 등을 생각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 업무시설에 들어올 기업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성남시 내부 문건을 최근 주간조선이 입수했다. 2016년 9월 29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구)한국가스공사 개발방안 검토' 문건에 최종 결재했는데, 해당 문건을 보면 위에서 제기한 여러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지는 처음부터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재명 시장의 당초 구상대로 '기업 본사 및 연구소(R&D)' 입주였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 당시 보고서는 왜 이것이 불가능한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스공사 부지의 가격이 분당과 판교 그리고, 강남의 업무시설에 비해 건물 외 부지가 넓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총매각가격이 높아 기존 업무시설로 활용할 가능성이 낮음."

지나치게 넓은 부지에 업무용 시설만을 지으라고 하면 서울 강남에 비해서도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업무공간 이외의 유휴부지까지 거느리고 사옥을 지을 회사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 상식이다. 결국 아파트를 짓는 것 말고는 처음부터 방법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7월 H사가 해당 부지를 공개입찰로 차지한다. 당초 부지매입 목적은 "'뉴스테이'로 임대주택 설치 8년 후 매각"이었다. 하지만 성남시는 2016년 5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시행사의 제안을 거부한다.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시행사는 다시 2016년 8월 '업무주거복합단지'를 제안한다. 성남시가 원하는 공공청사, 지원센터, 기숙사 등 1동을 기부채납하고 추가로 업무시설 1동을 건립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시행사가 성남시의 방향에 발을 맞추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결국 현실성이 문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다.

당시 보고서에는 "정자동 NHN 사옥과 유사한 성남시를 대표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오피스'를 신축 후 대기업 사옥으로 입주 추진"하는 것이 개발 방향으로 돼 있다. 프리미엄급 오피스란 지역 랜드마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형 업무시설을 말한다. 당시 시행사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 입주 시 임직원들의 거주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광원 신안산대 교수(부동산학 박사)는 "대기업이 들어오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갖추어지고,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 이 단지의 업무용 빌딩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용 빌딩들은 서로 모여 있어야 하는데 이 빌딩은 나홀로 동이다. 직원들의 출퇴근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역까지의 거리가 도보로 25분 정도 거리이며 주변 상권조성도 거의 안 되어 있다"라고 했다. 또 "공간적으로는 아파트 단지와 거의 근접해 있어서 입주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렇듯 현실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지만 당시 보고서를 보면 성남시는 구체적으로 유치 가능한 기업까지 거론하고 있다. 즉 "매출 1조 이상의 대기업으로 신용도 A 이상, 본사에 근무하는 종업원 수가 한국가스공사 규모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대기업 외에 바이오 기업, 건설사,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 글로벌 컨설팅 업체 등 강소기업들의 입주의향 확인 중"이라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역삼동 사옥 이전을 전제로 '한국타이어', 그룹 내 통합사옥 변경 및 랜드마크형 빌딩을 요청한 '동원그룹'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유치 대상 기업으로 적어 놓았다.

특히 보고서에는 "입주 가능한 기업들을 선정 후, 성남시가 전략적으로 선호하는 기업을 임차인으로 확정하여 입주 추진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거론되는 기업 가운데 성남시가 골라서 유치할 수 있다는 청사진인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먹구구식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밋빛 계획을 만들고 나서는 상업지구와 아파트가 이웃하는 이상한 상황에 대해 오히려 "도시산업역량 강화 및 기업활동 지원과 '직주근접'을 통한 도시 공동화 방지를 위한 복합적 토지이용"이라고 홍보했다. 직장과 주거지가 붙어 있으면 일하기 쉽다는 것이다.

입주민 "잘못된 도시계획의 피해자"

현재 이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 주차장까지 업무시설 이용자들이 밀고 들어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불러온 배경도 보고서를 보면 알 수가 있다. 보고서의 검토 내용을 보면 "비즈니스센터, 창업지원센터 등 입주자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차면 확보를 법정 대비 상향하여 계획할 것"을 주문하고 실제로 "법정 대비 101.1% 확보"를 약속한다. 주차장 확보 우선순위가 업무시설에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례적인 이 아파트 단지는 이재명 시장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리한 계획으로 아파트 입주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잘못된 도시계획의 피해자"라며 아파트와 업무시설의 이상한 동거의 이유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입주민들은 "과연 이러한 계획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허황된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도 밀어붙였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현 기자 joh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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