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보니 내가 유리한 전형이 딱히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평소 수학을 좋아한 덕분에 뒤처지지는 않았고 수리논술을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논술에만 올인을 하기에는 다른 과목도 공부하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논술만 준비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선택이라고 했다. 당연히 논술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수능을 같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에 금방 휩쓸리는 나는 그리 꾸준하게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친구들이 게임하자는 말에 고민을 하다 결국 게임을 같이 하러 가고, 노래방에 가자는 말에 또 고민하다 결국 같이 노래방에 가곤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여름 방학이 다가왔고, 3학년 1학기 내신을 챙기지 않아서 인지 걱정은 점점 더 커지고 그럴수록 공부는 더 하기가 싫어졌다.
방학이 다가오자 여름방학에 학원에서 특강을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나도 특강을 신청했는데 내 실력보다 높은 반에 배정이 되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욕심에 계속 남아 있으려고 했지만 어려울 때마다 집중이 안되고 하기 싫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절반이 넘게 여름방학을 허비하고 다시 학교를 다니려니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처음으로 입시에 대한 경각심을 느꼈다. 개학을 하고 학원을 같이 다니던 친구들 중에서 공부를 열심히, 또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성적이 올랐지만, 수능 날짜는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수능을 보는 친구들을 위해 자습시간을 많이 주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수능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매우 시끄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자습을 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고, 독서실을 다니며 밤에 공부를 하고 학교에서 자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독서실을 다니고 있었지만, 집이 멀어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같이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수능이 코 앞에 왔고, 과학탐구와 영어가 점점 걱정되었다. 수능 전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지만 점수는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수능을 잘 보지 못한 것이 확실하니 수능 바로 다음날부터 수리논술 공부에 매진하였고, 4개의 논술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수학만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었고, 예비번호를 받은 학교마저 변동이 없는 채로 논술전형은 끝이 났다.
수능 성적표는 내신으로 전문대를 쓸 수 있는 수시 2차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오기 때문에 매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수시 2차를 쓰지 않았다. 얼마 후, 학교에서 건네받은 수능 성적표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점수들이 나와 있었고, 생각보다 너무 낮은 점수에 절망했다. 그리고 1월 초가 되어 정시로 학교를 쓰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신안산대학교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다른 학교는 통학하는 시간도 길고 원하는 과에 진학하지 못하지만, 신안산대학교는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기계과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입학하게 되었고 교수님들과 친구들 모두 좋아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