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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미를 좀비로 만드는 물질 발견
작성자 송한림 조회 928
첨부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날짜 2020-09-23
내용

17년 주기매미가 감염된 균류에 들어있는 환각 성분, 의학적 활용 가능할까


[박성호 기자]


'좀비 매미'의 등장을 다룬 지난번 기사에 이어 17년 주기매미의 좀비화 현상을 그냥 해프닝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들을 찾아보았다(관련 기사 : 곰팡이에 조종당하는 '좀비 매미', 영화가 아닙니다).


인류의 발전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인간의 호기심이 가져다준다. 그 점을 인정한다면 이번 '좀비 매미'의 발견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겐 불행일지라도 인류에겐 또 다른 희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17년 주기매미보다 더 미스터리한 좀비 매미


 

▲ 17년 주기 매미의 모습 북미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인 매미들의 눈이 검은색인 것에 반해 빨간색인 것이 특징적이다. (ThisimagewasoriginallypostedtoFlickrbytreegrowathttps://flickr.com/photos/86548370@N00/34817065526?(archive). Itwasreviewedon 10 August 2019 byFlickreviewR 2 andwasconfirmedtobelicensedunderthetermsofthecc-by-2.0)         
KatjaSchulz


주기매미란 매년 유충이 땅 위로 올라와 성충이 되는 종이 아니라 모든 개체가 같은 해에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종이다. 이 매미가 다시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땅속으로 들어가면, 13년 혹은 17년 후 같은 해에 한꺼번에 발생해 유충에서 성충이 된다. 아주 특이한 종류의 매미다. 그러다 보니 한해에 발생하는 개체 수가 엄청나고 엄청난 만큼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가 된다.

당연히 주기매미가 나타나는 해에는 녀석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종들이 특정 해에만 동시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일반적인 매미와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눈알이 빨간색인 점, 그리고 매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17년을 주기로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주기매미도 결국 매미의 일종이다. 그런데 왜 유독 이들 주기매미에게만 이른바 '좀비 매미'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연구 결과를 읽어봐도 오리무중이다.

올해는 매미 종류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종이자 좀비화 곰팡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17년 주기매미가 발생하는 해였다. 17년 혹은 13년 주기매미는 생활사 자체도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들만을 노린다는 좀비화 곰팡이는 이제 그들의 존재를 거의 미스터리 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매미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감독 박성호, 2011)를 제작하던 시절 17년 매미가 나타났었다. 그게 2003년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MBC의 미국 특파원이 전하는 뉴스 화면을 통해서 17년 매미를 다루었다.

올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미국 남동부 일대에 17년 매미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소식들이 날아들었다. 6월에 보도된 BBC뉴스에 따르면, 주기매미는 총 15종류 정도가 있는데 그중에서 브르드-9(BroodIX)이라는 종이 나타나는 해라고 한다. 2016년에는 브로드-5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지역마다 나타나는 17년 주기매미 종류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올해 나타난 17년 매미들 중에 좀비 현상이 나타났다는 어처구니없는 뉴스가 이어서 날아들었다. 필자는 매미에 관한 이야기라면 생태학뿐만 아니라 고전까지 뒤적인다. 바다 건너 먼 나라 매미 이야기라 감히 관찰에 뛰어들 수는 없었지만,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뉴스들이 언급한 연구 결과 원문을 접할 수 있었다.  

좀비 매미 연구 결과를 내놓은 곳은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산림병리학 연구진들이다. 붉은 눈에 검은 몸통을 가진 주기매미는 13~17년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수 주 동안 짝짓기를 해서 자손을 퍼뜨린다. 하지만 버섯 포자에 감염되면 땅 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연구진의 한 멤버인 메트카슨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자에 감염된 주기매미는 매미라기보다 '곰팡이가 조종하는 좀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최초 감염 시기는 지상이 아니라 유충으로 땅속에서 생활하는 기간으로 추정 된다는 것. 이후 땅 위로 올라오면 7일에서 10일 사이에 복부가 벗겨지기 시작하여, 매미 일생 중 마지막 시기는 사실상 좀비가 되어 돌아다닌다는 설명이다.

감염된 성숙 개체는 포자가 형성되는 시기 동안은 숙주임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숙주가 죽기 전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포자를 퍼뜨리며 이 과정 중에 과도한 짝짓기 행위를 시도한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좀비 매미도 마찬가지다. 땅속 생활 기간에 비해 월등히 짧은 기간 동안 지상생활을 하는 매미의 특성상 짝짓기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일 거다. 종족 번식이라는 운명 앞에서 감염된 수컷의 구애를 회피하긴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곰팡이가 매미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특정 성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매미의 좀비화 현상은 곤충학자뿐만 생화학자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 좀비매미 연구에 발표된 감염 경로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 'Behavioralbetrayal: Howselectfungalparasitesenlistlivinginsectstodotheirbidding'애 나오는 설명에 따르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몀이 될 수 있다.          
Lovettetal. 2020
마약 성분에서 발견된 또 다른 가능성 

주기매미에 발견되는 매소스포라라는 곰팡이에서 마법버섯(magicmushroom)에서도 나오는 실로시빈(psilocybin)이라는 환각제 성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의 제 1저자인 브라이언 로벳 박사는 이와 같은 생물활성 화합물이 매미가 산채로 계속 병원체를 퍼트리도록 조종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마법버섯에 함유된 실로시빈이나 사일로신(psilocyn) 등의 물질은 마약인 LSD급의 강력한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미국 연방법에서 마약으로 규정해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기존 항우울제 등의 치료로는 효과가 없는 중증 이상의 우울증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실로시빈 화합물을 3개월 동안 투여한 결과 환자 전원에게서 우울증이 감소하였고 부작용도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실로시빈은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며, 화학적 구조 자체가 기존 항우울제와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작용도 훨씬 빠른 것으로 발표됐다. 당시 연구진은 연구결과에 고무되어 대규모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최근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이들 물질이 우울증 개선이나 약물 중독 및 강박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해 '마법버섯 등 식물 및 균류의 성인 소지 및 사용'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한다.

연방법상 단속의 대상이지만 지자체에서 체포나 기소를 면제하는 합법화 조치를 한 셈이다. 올해 5월엔 콜로라도 주 덴버시가, 6월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가 이러한 입법을 통과 시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주기매미 좀비화의 원인인 매소스포라라는 균류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좀비화의 원인을 바이러스로 묘사한 최초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영화 <레지던트이블>에서도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물학 병기를 만들려는 시도가 좀비를 탄생시켰다. 또 최근 한국이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도 죽은 사람도 살리는 '생사초'라는 약초가 좀비류의 괴물을 만들었다.

이번 연구진들의 생각은 달라보인다. 언뜻 보기엔 매미들을 좀비로 만드는 물질이어서 섬찟 하지만, 정신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물질임은 분명하므로 추가적인 연구를 할 경우 공포의 물질이 언젠가 인류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현재 연구진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출현한 주기매미를 채집해 이 균의 유전자 분자 배열을 다시 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건강한 매미와 감염된 매미에서 유전자발현(유전정보에서 기능적 유전자 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geneexpression)을 분석하여 이번 발견의 유전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비물을 즐기는 사람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주지훈&배두나 주연의 한국판 좀비 드라마 '킹덤'에서는 생사초가 죽음의 원인이 아니라 죽은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원인 물질인 것으로 그리고 있다.          
ⓒ 넷플릭스

영화 속 좀비는 허구적 창작물에 불과하다.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바이오 기술이 문명의 단계를 질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처럼 온 사방에서 떠들지만 완전히 죽은 사람을 살리는 수준의 과학 발전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과학적으로 여전히 구현이 불가능하지만, 허구로 창작된 불멸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즐긴다.

생각 혹은 생각을 담당하는 뇌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체라고 간주하는 것인지, 살아 움직이지만 뇌가 정지된, 그래서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 좀비를 창조해냈다. 게다가 동족인 인간만을 공격하여 또 다른 좀비를 만든다는 설정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허구인 만큼 인간이 느끼는 공포감은 조절 가능하다. 결국 공포감을 즐기기 위해 자신을 괴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 인간인 셈이다.

심지어 내러티브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이젠 좀비의 탄생을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바이러스나 어떤 약초 또는 화학성분의 작용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주기매미의 좀비화 현상에 대한 연구 결과는 허구 속의 좀비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생태계에서 대강 유사한 좀비 현상이 실재할 수도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셈이다.

다만 연구진을 포함한 우리 인간이 원하는 건, 좀비화 원인 물질이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싶다. 창작물 속에서 스테레오 타입으로 등장하는 인간의 과욕과 실수를 배제하고 말이다.
 
영화 <반도>부터 <#살아있다>까지. 올해 개봉한 좀비 영화들이 꽤 된다. 분명 사람들은 좀비물에 열광하고 있다. 오늘부터 좀비 영화 시나리오 한번 써 볼까 싶다. 그동안 본 좀비물들의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아니라 적어도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밝혀진 유일한 좀비 생물 '17년 주기매미 좀비'를 이용해서 말이다.

17년 주기매미가 너무 신기해 채집하던 인간에게 곰팡이가 옮겨가고, 메소스포라라는 포자에 의해 인간의 육신이 곰팡이에 점령당하여 죽음에 이른다. 결국 실로시빈이라는 마약 성분 때문에 인간 좀비가 탄생한다.

미처 북미로부터 해외 유입자를 차단하지 못한 전 세계가 좀비 사태로 공포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한 매미 곤충 학자가 나타나 시중에 판매되는 곰팡이 제거제 '팡이지로'를 사용해 좀비 백신을 만든다는 스토리 정도면... 흥행에 충분하지 않을까?

 <참고 문헌>
1. Behavioralbetrayal: Howselectfungalparasitesenlistlivinginsectstodotheirbidding, BrianLovett,AngieMacias,JasonE.Stajich,JohnCooley,JørgenEilenberg,HenrikH.deFineLicht,MattT.Kasson,Published: June 18, 2020 -원문 주소-https://journals.plos.org/plospathogens/article?id=10.1371/journal.ppat.1008598
2. 주기매미: 17년 만에 나오는 매미, 올여름 미국에 수십억 마리 출현 예상(BBC뉴스코리아, 2020.6.5)
3. "마법의 버섯 속 환각 화합물, 우울증 감소"<英 연구진>(메디뉴스, 2016.5.18)
4. 향정신성 마법버섯 "치료 효과 있다"…美 오클랜드도 허용(머니투데이이, 2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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