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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의 상업용 발사체 개발 성공사례를 통해 본 재사용 발사체 기술 최신 동향 김채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 2021-01-14 오후 12:19:34
최초의 재사용 발사 시스템은 1981년에 지구 저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재귀환하는데 사용되었던 스페이스 셔틀이다. 하지만 스페이스 셔틀을 쏘아 올리는데 사용되는 단(stage)은 재사용이 불가했기 때문에 경제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발사체 1기의 제작비용은 약 700억원이 소요되며 Fig 1에서처럼 1단 발사체를 재사용하면 발사 비용을 30% 정도 절약할 수 있으며, 1, 2단을 모두 재사용한다면 유지보수와 추진제 공급 비용만으로 발사가 가능하기에 비용 절감은 매우 효율적이다[1].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의 Adeline(Advanced Expendable Launcher with Innovative engine Economy), 중국, 일본 등에서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시험 비행을 성공한 곳은 미국 기업 SpaceX와 Blue Origin이다. 두 기업 모두 역추진 방식으로 1단 엔진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차이점은 Blue Origin은 단이 수직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Fig 2와 같은 방식으로 착륙하지만 SpaceX는 탑재체나 2단을 궤도에 올린 상태에서 분리되면서 자세제어를 하면서 대기권 진입 후에 수직으로 착륙하는 방식이 다르다.
Blue Origin은 BE-3의 시험 발사 착륙 성공 이후 후속 시험이 발표되지 않은 것에 비해 SpaceX의 Falcon 9, Falcon Heavy등 상업적 용도의 발사체 발사와 재사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달탐사와 화상탐사용 발사체까지 발사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기술을 따라가는 발사체 분야의 특성상 재사용 발사체의 선두주자인 SpaceX의 발사체 개발과 재사용 사례를 통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재사용 발사체의 동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발사체의 재사용은 발사에 사용된 모든 시스템을 재사용하는 완전 재사용 발사 시스템과 부분적으로 발사 시스템을 재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나뉜다. 현재까지는 2단 발사체 시스템에서 1단인 Falcon 9, Falcon Heavy의 재사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1단에 대한 부분적인 재사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SpaceX가 현재 Falcon 9과 Falcon Heavy에 사용하고 있는 엔진은 Merlin 1D이다[2]. Merlin 엔진은 2006년 Merlin 1A를 시작으로 개량되어 현재 Falcon 발사체에는 최종 모델인 Merlin 1D 엔진이 사용 중이다. Merlin 엔진의 추진제는 RP-1(Rocket Propellant-1, 제트 연료처럼 로켓용으로 케로신을 정제하여 만든 연료)과 액체 산소이다. 한국형 발사체에 사용되고 있는 엔진과 마찬가지로 터보 펌프와 연료 과농 가스 발생기를 사용하는 가스발생기 기반 오픈 사이클(open cycle) 방식이다.
RP-1는 액체 수소에 비해 비추력이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취급이 쉽고 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대량으로 엔진을 생산하여 경제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적합한 연료이다. 2015년 당시에는 매주 1대의 Merlin 1D 엔진을 생산했으며, 최대 매주 5대까지 생산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 엔진 1대 제작에 2-3개월이 소요되는 걸 생각하면 SpaceX는 매우 빠른 속도로 Merlin 1D 엔진을 자동차처럼 찍어내고 있다. 해수면 추력은 845 kN, 진공추력은 981 kN이다. 중량대비 추력은 185이며, 연소기 내부 압력은 약 9.7 MPa. 진공 비추력은 311초, 해수면 비추력은 282초이다.
추진제를 충전하지 않았을 때의 엔진 무게는 470 kg이다. 점화원은 TEA-TEB(triethylaluminum-triethylborane) 혼합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에서 주로 로켓엔진 점화에 사용하는 물질이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에서도 같은 점화원을 사용하고 있다.
Falcon 9은 2단계로 위성에 중형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이다[3]. 여기서 Falcon은 영화 스타워즈의 우주선 Milennim Falcon에서 따온 이름이다. Falcon 발사체는 2010년부터 3단계 성능 개량을 통해 현재 "Full Thrust" 버전을 2015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Falcon 9은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에 약 22,800 kg, 정지 천이궤도(GTO geostationary transfer orbit)에는 확장할 경우 8,300 kg, 1단을 재사용할 경우 5500 kg의 탑재물을 올릴 수 있다. Falcon은 2단으로 되어 있으며 1단은 발사 후 지상 착륙을 위해 4개의 연장 가능한 다리(탄소 섬유-알루미늄 복합소재로 벌집 구조)가 장착되어 있다. 대기 중에서 하강할 경우 자세 제어를 위해 그리드 핀(grid fins)을 사용하며 지상 착륙 전에 4개의 다리가 펼쳐진다.
초기에 사용된 그리드 핀은 알루미늄에 삭마식 열차폐 방식을 사용하였지만 지구 재진입시 고온에 의한 손상이 발생하여 내열성과 강도가 높은 티타늄으로 재질을 변경하였다[Fig 4]. 추진제 탱크는 알루미늄-리튬 합금을 사용하였으며, FSW(friction-stir welding) 용접을 적용하여 탱크의 강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1단과 2단 연결은 탄소 섬유-알루미늄 복합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공압 사출(penumatic pusher) 방식으로 단분리가 이루어진다.
각 엔진에는 3개의 컴퓨터가 서로 제어하고 체크하면서 만일의 오작동이나 파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fault-tolerant design' 방식의 비행용 컴퓨터를 복수로 설치하고 있다. Falcon의 마지막 시험모델 버전인 V1.2 또는 Full Thrust는 2015년 12월에 지상 착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2017년 첫 재사용된 비행도 성공하였다. 이때부터 AFSS(Autonomous Flight Safety System)를 사용하였다.
AFSS는 기존의 지상관제 시스템과 달리 자세제어, 항법, 타이밍과 결정 로직이 자체 탑재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비행하면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안정성을 높이며, 발사에 걸리는 비용을 줄이고, 예측성, 운용성, 비행 작동과 착륙 과정의 유연성을 증대시켜준다.
2016년 이후 최종 버전으로 FT(Full Thrust) Block 5가 현재까지 운용 중이다. 1단은 Merlin 1D엔진 9개가 사용되며, 2단에는 진공용 Merlin 1D 엔진 1개가 사용된다. 2020년 12월 13일까지 SpaceX는 전체 105번 발사에서 103번 성공하여 98.1%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Soyuz 발사가 1700번에 성공률 97.4%, 러시아의 Proton이 423회 발사 성공률 88.7%, 유럽 Ariane 5가 108회 발사 성공률 95.73%, 중국의 Long March 3B가 69회 발사 94.2%성공률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엔진 정지 능력(engine-out capability)은 여러 개의 엔진 중에 몇 개가 고장이 나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원하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탑재체를 원하는 궤도에 올리거나 지구 재진입시 안정적인 지상 착륙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2020년에 Starlink 미션에서 1단 엔진 중 한 개가 엔진 정지 3초전에 고장이 발생하였다. 탑재체의 궤도 안착은 성공적이었으나 부스터의 회복은 실패하였다. 이때 엔진이 오작동한 원인은 엔진 재점화를 위해서는 기존 배관에 남아 있는 연료를 세척해야 하는데, 엔진 세척에 사용된 이소프로필 알콜이 적절히 퍼지(purge)되지 않아서 잔존했던 알콜이 점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사용을 위해 세척용으로 사용된 알콜이 점화가 되어 엔진의 고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Falcon 9은 초반에는 기존의 우주 캡슐이 지구 재진입에 자주 사용하던 낙하산 형태의 방법을 생각하였다. 유럽에서는 무게가 적은 발사체를 낙하산으로 회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구 재진입시 공기역학에 의해 발생하는 고온에 견뎌야 하고 대부분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소금물 등에 대한 내구성 문제도 해결해야 하였다.
낙하산 대신 역분사 방식의 착륙 개념과 디자인은 2012년에 완성되었다. 2012년과 2013년에 Falcon 9의 초기 개발 모델인 Grasshopper 로켓을 사용하여 79초간 744 m 높이까지 쏘아 올려 72초간의 비행 후 역분사 착륙을 성공하였고, 여러 차례의 수직착륙 시험을 통해 2015년 4월 해상의 드론 선박의 착륙지점에 자율 재착륙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하였다[Fig 5].
그리고 2015년 12월에 Falcon 9 Full Thrust은 지구 저궤도 발사 미션(국제우주정거장에 물품 운송) 수행 후 세계에서 처음으로 외기권 임무수행 후 수직 착륙 성공이라는 한 획을 장식하였다. 1단의 역분사 방식을 사용한 착륙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2단의 경우 열차단, 착륙 엔진, 착륙장치 등으로 인한 중량 증가와 단일 엔진을 사용하기에 엔진 고장 시의 문제로 아직까지 재사용은 힘든 상황이다. 즉, 엔진 한 개를 사용한 재사용은 엔진 정지능력의 부재와 중량 증가가 큰 제약사항이다. 페어링 덮개의 경우 2019년 Starllink에 사용된 덮개 중 하나를 대서양 바다에서 큰 그물이 있는 선박을 이용해 회수에 성공했으며, 2020년 7월 20일 최초로 GO MS Tree와 GO Ms Chief 두 선박을 이용해 페어링 덮개 2개를 모두 회수에 성공하였다. SpaceX는 2단을 제외한 1단과 페어링 모두 재사용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Falcon Heavy[4]의 1단은 Falcon 9에 사용되었던 1단 3개로 구성되어 있다[Fig 6]. 한 개는 중심(core), 나머지 2개는 부스터(strap-on boosters)방식으로 여러 대의 단을 묶는 방식으로 확장형 발사체 (expendable launching system)이다. 1단은 27개의 Merlin 1D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추력은 7.6 MN이며 연소시간은 187초이다. 연료의 경우 산화제는 Subcooled LOX, 연료는 Chilled RP-1을 사용한다. subcooled와 chilled라는 용어에서처럼 기존보다 더 낮은 상태의 산화제와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는 탱크 저장시의 밀도를 높여서 추진, 재점화, 착륙에 사용되는 추진제의 양을 보상하기 위해서이다. 2단은 1개의 Merlin 1D 엔진을 사용하며 934 kN으로 비추력은 328초이다.
현재까지 발사된 발사체 중 미국 Saturn V, 구 소련의 Energia에 이어 세 번째로 탑재용량이 높은 발사체이다[4]. 2017년 12월 Tesla Roadster(전기 스포츠카)를 탄 마네킹 "Starman"을 Falcon Heavy를 사용하여 화성 궤도를 향해 성공적으로 보낸 바가 있다[Fig 7].
각 부스터는 Falcon 9에서와 같이 자세제어와 착륙을 위해 그리드 핀과, 착륙용 4개의 다리가 있다. 측면의 부스터가 분리가 먼저 되면 각 부스터들은 그리드 핀과 고압 가스 분사를 통해 대기권 진입 전 자세 제어에 들어간다. 중심부는 2단과의 분리를 위해 몇 초간 추가적인 연소가 진행되고 분리가 진행되면 부스터들과 마찬가지로 그리드핀을 사용하여 자세제어에들어간다. 1단 엔진의 각 코어들은 무인 드론선(또는 지상 발사장)에 성공적으로 자동 착륙을 하게 된다[Fig 8].
3개의 코어들의 추진제 분사방식은 발사 시에 중앙 코어는 순간적으로 추진제 분사량을 줄이고 부스터가 분리될 시에 최대로 추진제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1단의 추력 균형을 맞추도록 설계되었다. 여기서 재사용으로 인해 GTO에 보내는 탑재중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3개의 부스터를 모두 재사용할 경우 탑재중량은 8,000 kg이며, 측면 부스터만 재사용한다면 16,000 kg로 증가하게 된다. 같은 확장형 발사체인 Delta IV Heavy의 경우 14,210 kg을 쏘아 올릴 수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발사비용을 비교한다면 Falcon Heavy의 경우 LEO는 $2,350/kg, GTO는 $5,620/kg, 경쟁사인 미국의 Delta IV Heavy의 경우 LEO는 $12,340/kg, GTO는 $24,630/kg이다.
Falcon 9과 Falcon Heavy의 경우 1단과 페이로드 덮개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2단은 재사용이 힘들다. 그래서 SpaceX는 완전 재사용(fully reusable) 가능한 발사체를 위해 Starship을 개발 중이다. Starship은 2단 발사체이면서 스페이스 셔틀과 같은 우주선 역할을 하며 그래서 이름도 Starship이라 하고 있다. Starship에 사용되는 엔진은 Raptor 엔진이다[5].
Raptor엔진은 기존에 사용하던 RP-1의 Merlin1D 엔진이 아닌 메탄을 사용하는 ‘완전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full flow staged combustion engine)을 사용하고 있다. 극저온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사용하며 추력은 Merlin 1D 엔진의 2 배이다. 2019년 7월에 초기 모델의 비행 시험이 시작되었으며, 2020년 8월에 로켓용 연소기 최고 압력인 330 bar까지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량대비 추력비는 200(목표)으로 기존 엔진들에 비해 최고로 높으며 진공 비추력의 경우 스페이스 셔틀에 사용된 RS-25 다음인 해수면 350 초 (진공목표 380 초)를 기록하고 있다.
2단으로 구성된 완전 재사용 발사체 Starship의 부스터 단(booster stage)는 28개의 Raptor 엔진이 장착된 Super Heavy를 사용한다[6]. 추력은 72 MN이며 4개의 그리드 핀과 6개의 착륙용 다리가 장착되어 있다. 시험 비행은 2022년과 2023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Stahrship 상단은 2019년 9월에 그 형상이 소개되었는데, 지름 9 m 길이 50 m의 우주선으로 중량은 120 톤이며 6 개의 Raptor 엔진이 사용된다. 3기의 엔진은 대기권(재진입시 역추진이나 대기권에서 추진용)에서 나머지 3기는 진공 상태(외기원에서 추진용)에서 사용될 것이다. 전체 추력은 약 11.5 MN이 될 것이다.
2020년 8월과 9월에 깡통 형상에 1개의 Raptor엔진을 장착한 시험 모델 SN(seiral number)5, 6은 고도 150 m, 45초간의 시험비행이 성공하였다[Fig 9]. SN8은 3개의 Raptor 엔진을 장착했으며 몸통과 상부 노즈콘에 플랩(flap)이 장착되어 있으며 Starship 상단 초기 모델 형상을 하고 있다[Fig 10]. 2020년 12월 9일 시험 비행은 3차만에 발사 성공했으며 상승과 Belly flop(상승방향을 90도로 방향 전환)기동과 하강까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하지만 착륙시 연료 헤더 탱크의 압력 부족으로 재점화 후 낮은 연소압력으로 하강 속도가 감속되지 못하면서 지면과 충돌하여 폭발하였다. SN8의 시험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수정하면서 SN9은 다음 발사(2021년 중)를 위해 발사대에서 대기 중이다.
SpaceX의 발사체 재사용 성공 사례는 가장 성공적이면서 경제성이 높기에 다른 국가나 연구기관들에서도 롤모델로 삼고 있다. Falcon 9에 사용된 Merlin 1D 엔진은 러시아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오픈사이클 형태로 현재 한국형 발사체에 사용하고 있는 엔진도 유사한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Merlin 1D와 같은 엔진 성능을 얻을 수 없지만 SpaceX 사례에서 본 것처럼 모델 개량을 통해 국내에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은 충분히 가능하다. 2021년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1단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와 Expendable launching system이 가능하며, grid fin이나 추진제 냉각은 특별히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또한 엔진 재점화 관련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향후 지속적인 발사체 발사 성공과 AFSS 관련 기술이 개발된다면 국내에서도 Falcon 9과 같은 재사용 발사는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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