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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수칼럼[삶을 풍요롭게 하는 미식[美食]이야기7]
작성자 이진택 조회 234
첨부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날짜 2022-09-14
내용

삶을 풍요롭게 하는 미식[美食]이야기⑦











이 진 택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미식여행 일곱 번째 이야기,

한국의 절기[節氣]와 삼계탕[蔘鷄湯]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농사를 근본으로 하는 농경민(農耕民)으로서의 삶을 영위해 왔다. 이러한 농경(農耕)사회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첫 번째 요건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물(水)이 필요하다. 물이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으므로 농경민들이 풍년(豐年)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관개수로[灌漑水路:물길]에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관개수로[灌漑水路]의 작업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한데 모아 행해야 하는 작업이었던 까닭에 유목생활을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민족의 공동체적 문화형성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으며 물길을 내지 못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의지해서 경작하는 논을 천수답[天水畓]이라 부른다. 풍년을 이루기 위한 두 번째 요건으로는 기후가 매우 중요하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 사계절(四季)을 각기 나누어 일 년 24절기를 분류함으로서 계절별 농경의례(農耕儀禮)를 행해왔다. 농경의례(農耕儀禮)란 농사를 경작함에 있어 계절적 구분을 두고 일정한 날에 이루어지는 조상숭배, 혹은 놀이 등의 제천행사이며 이러한 의례와 놀이에서 발전한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시식(時食)과 절식(節食)인 것이다. 시식(時食)이란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 등 계절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제철음식을 의미하며 절식(節食)이란 매달 속해 있는 명절(24절기)에 차려 먹는 음식 의미한다.




24절기[節氣]의 기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력의 절기는 매월 4~8일과 19~23일 사이에 찾아온다. 태양의 황경이 0°인 날을 ‘춘분’이라 하였으며 15°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춘분에서 90°인 날이 ‘하지’가 되며 180°인 날이 ‘추분’, 270°인 날이 ‘동지’가 된다. 또한 춘분에서 하지 사이를 봄, 하지에서 추분 사이를 여름, 추분에서 동지 사이를 가을, 동지에서 춘분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을 구분한다. 본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서양력의 기원은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한 이집트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동양의 달력 또한 해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정확한 날짜는 가늠할 수 있으나 농사를 짓기 위한 날씨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었기에 양력의 요소를 도입하여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한 24절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24절기는 중국의 베이징과 화북 지방의 기후에 맞춘 것으로 우리의 실정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종시대에 ‘농사직설’이라는 책을 편찬하게 된다.


삼복(三伏)

복날(伏날)은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있는 초복(初伏)·중복(中伏)·말복(末伏)인 삼복(三伏)을 의미하며 절기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이므로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시기이다. 중국에서는 진·한나라 이후 삼복을 숭상하여 한때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으며, 민간에서도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고 전해지며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농가월령가 8월령을 보면 며느리가 친정집에 다녀갈 때 개장국을 삶아가지고 간다는 노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보양식의 음식을 즐겼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반려견이라 표현 될 정도로 가족과도 같은 개고기를 식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식용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 표현된 개고기의 의미는 순수하게 시대에 따른 문화적 차이점에 대해서 개고기의 식용 여부를 이해하기로 하자. 예로부터 서양은 밀가루를 이용한 빵의 문화와 유목생활에 의한 양고기나 쇠고기 따위의 육식의 식문화를 형성해 왔으며 서양인들이 유목 생활을 함에 있어 개는 매우 유용한 동물로서 서양인들에게는 친구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채식을 위주로 하는 식단에 단백질의 섭취가 매우 부족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콩장류가 발달하긴 하였으나 단백질 섭취 측면에서는 매우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쇠고기의 경우 또한 농경우(農耕牛)로서의 역할로 인하여 식용으로서의 사용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고기의 식용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으며 개고기와 함께 서민 음식으로 각광 받은 음식이 바로 ‘삼계탕[蔘鷄湯]’이다. 복날(伏날)음식의 대명사인 삼계탕은 닭이 귀하던 시절에는 ‘계삼탕[鷄蔘湯]’으로 불리기도 하였으며 삼계탕을 복날(伏날)에 먹는 이유는 날씨가 뜨겁고 기력이 쇠하게 되면 우리는 차가운 음료나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데 이때 심각한 신체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더운 여름날 차가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신체 내·외부의 온도차가 급격해져 건강을 잃을 수 있으므로 차가운 음식으로 인해 냉(冷)해진 속을 보(補)하기 위해서는 열성(熱性)의 성질을 가진 인삼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바로 이러한 신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복날에 삼계탕을 먹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계탕은 봄철에 부화한 약병아리(생후 4~5개월: 무게 400~500g)에 인삼과 갖은 약재를 넣고 푹 고은 음식으로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로인해 쇠약해지기 쉬운 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