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로 살아남기 상세보기


제목 남과 같이 해서는 남이상 될 수 없다.
작성자 오혁수 조회 536
첨부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날짜 2019-03-04
내용

1986년 9월 16일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할 때까지 5개월 이상 남았을 때, 난 알바전선에 뛰어들었다.

신문을 보고 여러 군데 들여다보다가 ‘어문각’이라는 출판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면접을 가서 보니 사무실이 아닌 영업점이었다. 책 외판영업을 호감있게 설명하더니,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 보라고 하길래 가 보았다.

큰 사무실에 각 회의테이블에 5-10명씩 십 여 팀이 있었다. 사업부장이라는 분이 앞에서 연설(?)을 하셨다. 자기가 말단일 때, 책상자 몇 개 씩 짊어지고 다니면서 팔 때 터득한 요령 등을 유머를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열강하였다. 그것을 듣고 나면 모두들 지금 바로 나가면 엄청 잘 팔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생기도록 말이다.

그렇게 소그룹별 10명 내외로 팀장급과 함께 책상자를 한두개씩 어깨에 메고 나간다. 버스를 타고 그날의 지역으로 가서 내리면, 팀장은 분식집 한군데를 섭외해 놓는다. 우리의 책 상자를 가게 구석에 쌓아두게 해 주면, 오늘 우리팀원 모두 점심을 여기서 먹겠노라고...

그리고 우리는 아동용 전래동화 리플렛이 든 파일을 하나씩 들고 애기엄마들을 찾아 공략에 나선다. 안녕하세요? 애기 참 잘생겼네요(이쁘네요), 몇 살이에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 자랑하듯이 가르쳐 준다. 그러면 설문조사를 한다면서 따라 붙는다. 아이의 성장이나 교육을 위해 우리 회사 컴퓨터에 저장하여 관리를 한다면서, 이미 구입한 책이 있는지 정보를 캐낸다. 그러다보면 ‘우리집 다왔네요’ 하며 작별을 고하려 하는 순간, 우리는 ‘물 한모금만 주세요, 목이 너무 마르네요’라고 하면서 같이 집으로 들어간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발은 벗거나 들어가지 말고 툇마루 등에 걸터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까지 들어가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서 미끼를 던진다. 좋은 교재가 있는데, 이것만 있으면 아이가 영재급으로 교육될 수 있다는 등....zzz. 대부분 무관심하게 듣다가 가라고 하지만 가끔씩은 ‘그게 뭔데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반은 낚은 것이다. ‘잠깐만 기다리세요‘하고 나는 책박스를 쌓아놓은 분식집으로 달려가 팀장에게 보고를 한다. ’3개 올세트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 환한 얼굴로 나를 맞으면 책 두 박스를 나에게 안긴다. 지는 한박스 들고... 그 집으로 달려간다. 팀장급은 전문가다. 거기에 낚시 미끼를 물었으면 십중팔구 엄마들은 넘어오게 되어있다. 그래서 판매가 이루어지면, 한 박스가 10만원인데, 그 중 20%가 내 몫이다. 거기에서 세금 10%를 제하면 18,000원...두박스는 36,000원... 올세트는 54,000원..

그러다가 나와 같이 공군 운전병출신의 선임자를 만나 밥까지 얻어먹어 가며 판적도 있었다. 그 생활을 몇 달하고 말았지만 난 거기서 큰 교훈을 얻었다.

나에게 판매의지를 불태워 주었던 그 넓은 사무실 벽에는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책장사가 되었든 조리사가 되었든 간에, 무엇을 하든지, 남들과 똑 같이 놀고, 먹고, 잔다면, 남들보다 좋은 미래는 없다는 뜻 인거 다 RG????